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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의 수문장 금강역사 vs 사천왕
일전에 예산에 있는 수덕사를 다녀왔는데요.
드물게도 사찰의 입구로 금강문과 사천왕문이 둘 다 있는 사찰이었네요.
수덕사의 금강문을 지키고 있는 금강역사(金剛力士)들도 수문신이고, 사천왕문을 지키고 있는 사천왕(四天王)들도 문을 지키는 수문신인데요.
수덕사에는 왜 이렇게 수문신이 많은걸까요?
아...아니...그보다 두 수문신 들 중에서 누가 더 높을까요?
우리나라 사찰의 문의 배치되는 순서는
"선문-일주문-금강문-사천왕문"
을 지나도록 되어 있어요.
일단 이 순서만 본다면...
사실 답은 뻔합니다.
항상 게임이나 영화에서 최종보스라던지 끝판왕이 처음부터 나서지 않죠. 맨 나중에 나오는 중간 보스들이 더 높으니까, 먼저 놓여 있는 금강역사들보다 나중에 나오는 사천왕들이 더 높겠지요?
사실 이름만 봐도 금강역사는 사(士)자를 쓰고 사천왕은 왕(王)자를 쓰니~ 이름에 왕이 붙는 사천왕이 더 높은 신일테죠 ^^;
금강문의 금강역사는 어떤 신??
사실 금강역사도 원래 왕이라고도 불리기도 해요.
금강역사의 다른 이름은 인왕역사(仁王力士)라고도 합니다.
그래도 사자가 붙네요.^^;
금강문을 지키는 두 분의 금강역사에 대해 알기 전에 금강역사라는 말에 대해서 알아야 하겠는데요.
금강역사(力士)는 이 두 분만 있는 것은 아니예요.
금강역사들을 옹호신장이라고 부르는데,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보디가드입니다.
금강역사들의 원래 직책은 부처님의 보디가드인 것이죠.
코딱지만한 우리 나라의 대표인 대통령을 경호하기 위해서 경호원이 수십명에 경호부대까지 합치면 수백명이 넘죠?
하물며 불교세계에서 신중의 신인 부처님을 경호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경호원이 필요할까요?
오분율(불교의 계율중 하나)이라는 것에 따르면 부처님의 곁에는 항상 5백 분의 금강신이 주둔하고 있는데 이들 모두가 각각 옹호신장인 금강역사라고해요.
이 5백명 중에 부대장들 격인 8대 금강역사가 있는데요.
이 8대 금강역사들은 본디 보살이었다고 해요.
보살은 부처님의 여러 모습중의 하나인데요.
이들 보살이 악을 물리치려고 무서운 모습으로 화현한 것을 명왕이라고 하고 불법을 지키기 위한 호법신장으로 화현할 때는 금강이라고 합니다.
신장은 신계의 장수란 말이예요.
- ① 마두명왕 - 관세음 보살의 화신. - 청제재금강
- ② 대륜명왕 - 미륵 보살의 화신. - 벽독금강
- ③ 군다리명왕 - 허공장보살의 화신. - 황수구금강
- ④ 보척명왕 - 보현 보살의 화신. - 백정수 금강
- ⑤ 강삼세명왕 - 금강수 보살의 화신. - 적성화 금강
- ⑥ 대위덕보살 - 문수 보살의 화신. - 정제재 금강
- ⑦ 부동명왕 - 제개장 보살의 화신. - 자현신금강
- ⑧ 무능승명왕 - 지장 보살의 화신. - 대신력금강
금강문을 지키는 금강은 두분인데 당연히 이름이 달라요.
금강문의 금강역사들은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지만, 사실 다르답니다.
이름도 다르구요.
위의 사진은 석굴암에 있는 금강역사예요.
아래에 표기된 것처럼 왼쪽의 금강은 나라연금강(那羅延金剛)인 아금강, 오른쪽의 금강은은 밀적금강(密迹金剛)인 훔금강이예요.
본래 인도에서는 밀적금강인 훔금강만이 가람(伽藍)의 수호신이었다고 해요. 1
이 때문에 중국으로 불교가 전해지면서 수문장의 역할을 맡게 되었어요.
중국사람들은 문을 혼자서 지키는 것이 힘들다고 여겼는지, 대일경을 통해 나라연금강을 추가했어요.
이 두 금강을 구별하는 가장 큰 차이는 입모양이예요.
아(阿)금강은 항상 입을 "아~"하고 벌리고 있어요.
훔(吘)금강은 입을 항상 "훔!"하고 다물고 있죠.
정말입니다^^;
이 둘은 각각 시작과 끝을 뜻하고 있어요.
금강역사들의 주 무기는 금강저라는 무기인데요.
이 무기 어디서 많이 봤죠? (일본 성인 만화 공작왕에서 자주 보이죠)
금강역사들은 이름에 역(力)이 들어가는 만큼 힘만큼은 최고라고 할 수 있어요.
금강의 힘은 코끼리의 백만배의 힘을 가졌다고 하네요.
사천왕문의 사천왕!
사천"왕"이라는 이름부터 대충 짐작되겠지만 사천왕은 사방위의 방위신입니다.
동서남북을 지키는 방위신인거죠.
동방의 지국천왕 持國天王, 남방의 증장천왕 增長天王, 서방의 광목천왕 廣目天王, 북방의 다문천왕 多聞天王.
이들 사천왕의 그림이나 조각을 자세히 보면, 고유의 무기들을 들고 있어요.
지국천왕의 주무기는 비파, 증장천왕의 주무기:보검, 광목천왕의 주무기는 용과 여의주, 그리고 마지막으로 보탑을 주무기로 삼는 다문천왕입니다.
악기인 비파가 주무기라니....흠....
이들 사천왕은 상위 신인 만큼 하급신인 야차들을 거느리고 있어요.
이 사천왕들은 각방위에서는 최고 대장격인거죠.
그렇지만 불교의 세계관에서는 신들의 계급중에 사천왕보다 높은 신들도 엄청나게 많답니다.
이들 중에서 다문천왕의 권능이 가장 높고, 이 다문천왕은 불법을 수호하기로 다짐한 신이기 때문에, 다른 천왕들은 누리지 못하는 온갖가지 복지헤택을 누리고 있어요.
사왕천에 세개의 천궁(관사가 3개!)를 소유하고 있고, 천궁들 사이에 휴식형 동산인 유희원(별장 소유!), 목욕을 할 수 있는 연못(전용 스파!)들을 소유하고 있어요.
또한 언제나 호위 야차 다섯을 거느리고 다니면서 나머지 사천왕들을 소집할 수 있는 권능을 갖고 있다네요.
사왕천이라는 것은 사천왕의 오타가 아니고 불교 세계의 수미산중턱에 있는 유건타 산을 지칭해요.
이 곳에 사천왕과 그들이 거느린 권속들과 살고 있고, 이 곳부터가 불교 세계관에서의 실질적인 신들의 세계라고 합니다.
그러니...금강문 다음에 위치한 사천왕문의 사천왕의 권능이 금강역사들보다 높고 세다고 할 수 있어요~
아이들과 사찰에 놀러갔을 때 이 정도쯤은 읊어주시면~
"우아~ 우리아빠 똑똑해~"
소리를 좀 듣고, 아내들의 존경 어린 눈빛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저는 역사덕후라는 놀림을 받았습니다 ㅜㅜ.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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